실리콘 밸리가 한국에 있었다면?

부제: 잃어버린 한국의 실리콘 밸리를 찾아서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재미(?) 삼아 실리콘 밸리가 한국에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 봅시다. 이를 통해서 야사에서 흘러다니는 한국에 사실 실리콘 밸리가 있있는데 망했다는 설 (네 맞습니다. 제가 만든 설입니다 ㅎㅎ) 에 대해 조망해 봅니다.

자 그럼, 한국에 실리콘 밸리가 있었다면,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새로운 대기업들이 많이 생겨서 한국 경제가 많이 발전 했을까요?

다음은 제가 생각하는 시나리오 입니다. (이하 편의상 높임말 생략)

1. 애플 (Apple)


다들 아시다시피 원래 역사는 거의 망해 가던 애플을 우리의 영웅 스티브 잡스가 1996년 복귀해서 내 놓은 iMac이 대 히트를 치면서 기사 회생하게 된다. 이후, 아이튠스 (iTunes), 아이팟 (iPod), 아이폰(iPhone), 아이패드(iPad) 등이 대성공을 하면서 제국을 이룬다.

만약 애플이 한국에 있었다면 iMac을 포함한 매킨토시 컴퓨터들이 엑티브 엑스 (Active X), 공인 인증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iMac이 아주 미미한 판매량에 그치고, 그 시점에 그냥 망함. 누가 은행, 신용 카드도 못 쓰고, 전자 상거래도 안되고, 정부 사이트에서 등본 같은 것도 발급 받지 못하는 컴퓨터를 사겠는가? 그리고 그 밖의 사이트들도 사파리 브라우저로 보면 다 깨져서 보이는데 말이다. (현재 한국에서 맥 시장 점유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천하의 애플이 망해가는 걸 정부가 보고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고, 천하의 스티브 잡스가 정부를 잘 설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애플이 그 당시에는 이미 거의 망해가고 있던 별 볼일 없는 회사여서 정부에서 방향을 안 틀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음.

결론: iMac 나오고 망함. 아이폰 따위 역사에 없음.


2. 아마존 (Amazon.com)


아마존의 주요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원 클릭 (One Click) 서비스 (아마존에서 특허를 가지고 있음)라는 말 그대로 한 번의 클릭으로 구매, 취소, 변경등의 모든 온라인 상거래를 아주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렇게 너무나 간단한 서비스 때문에 컴퓨터를 잘 못 다루는 저학력 계층,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을 통해 온라인으로 물건을 산다. 또한 사용 자체가 워낙 쉬워서 몇 천원짜리 싼 물건들도 아마존을 통해서 많이 팔림.

아마존이 한국에 있었다면,  각종 엑티브 엑스 깔기 신공에 지쳐 온라인으로 물건 사기를 포기하는 사람들 많이 생김. 게다가 한국에서는 카드 정보를 온라인 사이트가 저장하고 있는 것이 불법이어서 원 클릭 서비스 따위 당연히 안 됨. 매번 물건 살 때마다 카드 정보 입력 해야 함. 귀찮아서 물건 구매량이 줄고, 또한 싼 물건들은 귀찮아서 더더욱 많이 안 팔림.

결론: 성공 했겠지만 지금처럼 아주 크게 성공하지는 못함 (현재 한국의 전자 상거래 활성화 정도를 보면 알 수 있음)


3. 페이팔 (PayPal)


페이팔의 가장 큰 성공 요인 역시 손 쉬운 결제에 있다 (아이디, 비밀 번호 넣으면 끝. 엑티브 엑스, 공인 인증서 같은 것 전혀 필요 없슴.)

페이팔이 한국에 있었으면 쉬운 결제 따위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리 크게 성장하지 못함 (미국과 한국의 전자 상거래 활성과 정도를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금융 회사가 아닌데 결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허가가 날지도 의문임.

어쨌던, 원래 역사는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리는 페이팔로 엄청난 부를 거머쥔 페이팔 멤버들이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함으로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하게 됨.

페이팔이 한국에 있었으면 별로 성공을 하지 못했을 거라서, 페이팔 마피아에 의해 생겨난 수 많은 회사들 (페이스북, 링크드인, 테슬라, 옐프 등)도 없었을 가능성이 높음.

결론: 성공 했겠지만 지금처럼 아주 크게 성공하지는 못함. 페이팔 마피아 들이 세운 수 많은 회사들은 없을 가능성 높음.


4. 스퀘어 (Square)제


스마트폰으로 신용 카드를 쉽게 결제할 수 있는 조그만 장치로 대히트.

한국에 있었으면 공인 인증서 등의 이유로 쉽게 결제가 안 됨 (사용자가 꼼수로 스마트폰에 공인 인증서를 깔아야 함. 더군다나 아이폰에서는 꼼수도 어려움.)

결론: 별로 성공 못 했거나, 망했을 가능성 많음.


5. 민트닷컴 (Mint.com)


본인의 각종 은행, 신용 카드사 등 정보를 한 사이트에서 모아서 관리할 수 있는 사이트. 편리함 때문에 미국에서 대 히트.

공인 인증서 때문에 당연히 안 됨. 또한 한국에서는 은행 정보를 한 곳에 모으는 자체가 불법임. 실제로 10년도 전에 한국에 모네타라는 거의 같은 서비스가 있었는데, 법이 허용하지 않아 문 닫음.

결론: 한국에서는 만들 수 없는 회사


6. 포스퀘어 (Foursquare)


친구들과 자신의 위치를 공유하는 서비스로 미국에서 대히트.

한국에서는 프라이버시 때문에 이런 위치 정보 서비스는 허가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다고 함.

결론: 한국에서는 만들 수 없는 회사


7. IBM


90년대 메인프레임 시대에서 PC 시대로 넘어가면서 메인프레임에 집중하던 회사가 어려운 상황까지 갔다가, 서비스, 솔루션 제공 업체로 변신에 성공하여 지금은 아주 잘 나감.

한국에 있었다면 개발한 서비스들이 공인 인증서, 엑티브 엑스에 맞추어서 개발될 수 밖에 없었음. 따라서 솔루션을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데 큰 애로 사항이 따름.

결론: 한국 내수 시장 장악 하는 걸로 그치는, 한국에서 잘 나가는 SDS 규모 정도 되었을 것임 (세계적인 회사 안 됨).


7. 구글


1에서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기 한참전에 망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폰이 안 나오거나 지금 같이 크게 성공 못 했을 가능성 높음.

그리고 요즘 잘 나가는 크롬 브라우저는 엑티브 엑스가 안 되서 한국 시장에서 망함.  (브라우저는 국가간 시장 장벽이 낮으므로) 외국에서는 여전히 지금처럼 히트 했을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한국 정부 였다면 마이크로 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어 (Internet Explorer) 끼워 팔기 제제를 안 했을 거라서 모질라 브라우저나 크롬 브라우저를 위한 시장 자체가 없음.

요즘 아마존에서 가장 잘 팔리는 노트북이 크롬북 (Chromebook)이라고 크롬 브라우저만 되는 노트북인데, 한국 시장에서는 엑티브 엑스 안되서 바로 망함. 크롬 브라우저가 성공 못 했기 때문에 이것도 망함.

결론: 요즘 잘 나가는 안드로이드, 크롬, 크롬북들 크게 성공 못 함.


요약


위에서 살펴본 대로 실리콘 밸리에서 잘 나가는 많은 회사들이, 한국에 있었다면 망했거나 지금 보다는 적게 성공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바꾸어 말하면 한국의 제도들이 실리콘 밸리와 비슷했다면 지금쯤 정말 잘 나가는 회사들이 꽤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90년대만 해도, 전자 상거래, 은행 전산화, 정부 사이트 구축 등 한국이 전세계 어디 보다 빨랐던 부분이 상당히 많다. 만약 우리가 구축한 시스템들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으로 개발 되었다면, 세계 시장으로 훨씬 쉽게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은행 전산 시스템이나 정부 사이트들이 공인 인증서, 엑티브 엑스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발 되었다면, 이런 시스템들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개발 되었기 때문에, 손쉽게 턴키 방식으로 여러 나라에 수출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IBM 같은 세계적인 회사가 생겼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또 다른 예로, Mint.com이 나오기 10년도 전에 나온 모네타 서비스가 문을 안 닫고 계속 발전했다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가능성의 한 단면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안드로이드라는 시스템 위에 구축함으로써 손쉽게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카카오 톡이나 라인에서 보게 된다.

솔루션


이 블로그는 친절한 블로그이기 때문에(ㅎㅎ) 해결책도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1. 지금이라도 공인 인증서, 엑티브 엑스를 완전히 걷어 내고 (제발 이상한 꼼수로 하지 마시기를), 세계에서 통용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2. 그 밖의 현재 존재하는 많은 규제들에 대해서 처음 부터 다시 생각해 본다. 즉 규제가 있다고 가정 하고 없앨가 말가를 고민하는 방식이 아니라 - 이런 방식은 많이 해 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 모든 규제들이 아예 없다고 가정하고, 그 때 과연 우리가  그런 규제들을 다시 만들 필요가 있을지 고민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기준은 "정말 그 규제가 필요한 것인지", "규제가 없다면 산업이 더 활성화 될 수 있을지", "다른 나라에도 있는 규제인지"가 될 것이다.

예고


다음 글에서 실리콘 밸리가 한국에 있었다면, 구글, 빙 (Bing.com), 울프람 알파 (Wolfram Alpha), 쿠오라(Quara), 옐프(Yelp), 워드프레스 (Wordpress) 가 왜 망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쓰겠습니다. 구글이 망한다구요?? 예, 망합니다^^

1 comment:

Unknown said...

예전에 어느 책에서 지적했듯이, 미국 최고의 대학인 스탠포드, 버클리 근처에는 기술과 벤쳐기업의 메카 실리콘벨리가 있다면, 한국 최고의 대학 서울대 옆에는 고시의 메카 신림동이 있다는 말이 생각나네요.